
나는 그림을 그린다.
특별한 것을 그리기보다는
살면서 마주치는 작고 평범한 것들을 좋아한다.
내가 그린 것은 내 주변에 있던 것들을 발견하고 꺼내어 놓는 일에 가깝다.
우리의 대화,
당신은 모르는 당신의 표정,
함께 보았기에 다르게 보이던 풍경,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는,
나는 그런 순간들을 마음에 모아두는 편인 것 같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일도 하게 되었다.
내 글을 모아 책을 만들고, 브랜드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기기도 하고,
신기하게도 제품에 내 그림이 담기기도 하고, 갤러리의 벽을 채우기도 했다.
상업적인 작업과 개인적인 작업을 나누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에 나만의 방식을 더해 예쁘게 섞는 것,
서로 다른 것을 섞어 혼자서는 만들 수 없던 결과를 만드는 것은
내게 즐거운 도전이고, 내가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그림을 그리려면 세상을 조금 더 열린 채로 바라봐야 한다.
익숙한 것들 사이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다들 지나칠 것들에 눈길을 줘야한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까.
낯선 곳에 가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길에서 뒹구는 작은 쓰레기에도 눈길이 가고,
지구의 하늘이 다르지 않을 텐데 그곳의 하늘은 유난히 마음에 들어오기도 한다.
마음을 열면 더 많은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게 하나씩 마음을 열고 담아두면서
나는 그림을 그린다.
그림비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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